故 허범욱 감독, 마지막 유작 떴다……’청불’ 에도 상 휩쓸며 작품성 증명한 이 작품 (’구살돼지’)
영화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10월 21일 개봉

(MHN 정효경 기자) 고(故) 허범욱 감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유작이자 국내외 영화제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둔 청소년관람불가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가 오는 21일 관객들과 만난다.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이하 '구살돼지')는 인간이 되려는 돼지와 짐승이 되려는 인간이 뒤엉킨 하드보일드 지옥동화다. 거대한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돼지 H와 인간 정석의 생존 투쟁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의 폭력성과 인간성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러닝타임은 105분이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28일 세상을 떠난 허범욱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유작이다. 허 감독은 2015년부터 작품을 개발하며 오랜 기간 공을 들였고,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모션 캡처 기술과 3D 블렌더 툴을 활용해 완성했다. 첫 장편 '창백한 얼굴들'로 2015년 홀랜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대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장편에서도 자신만의 강렬한 세계관을 이어갔다.


'구살돼지'는 2024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전 세계 35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국내에서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특별언급을 받았고,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제20회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미리내로 관객상까지 거머쥐며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작품에 대해 허범욱 감독의 집요한 예술 의지를 언급하며 현실을 날카롭게 영화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분노와 절규가 강렬한 작화와 뚝심을 통해 구현됐다는 취지의 평가를 남기며 특별언급 작품으로 선정했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성과는 이어졌다. 당시 1704편의 출품작 가운데 147편이 상영된 제50회 영화제에서 '구살돼지'는 본선 장편경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허범욱 감독은 수상 당시 "5년마다 한 번씩 서울독립영화제에 오고 있고, 수상까지 9년이 걸렸다"며 초기 작업 과정에서 도움을 준 연상호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배우들의 참여 방식도 눈길을 끈다. 배우 한우진은 영화 속 약 30개 캐릭터의 움직임을 홀로 연기하는 '1인 30역' 모션 캡처에 도전했다. 실제 배우가 연기한 동작을 모션 캡처 기술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한우진은 각기 다른 인물들의 신체 움직임을 직접 만들어냈다. 그는 당시 "배우로서 영화의 모든 역할을 연기해 보는 것은 두 번 다시 없을 도전"이라며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목소리 연기에는 남도형을 비롯해 민승우, 김도희, 방시우, 박주광, 나은혁, 김용석, 임혁 등이 참여했다. 특히 남도형은 영화 '퇴마록',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리즈, 게임 '원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온 성우로, 허범욱 감독이 구축한 거칠고 도발적인 세계에 목소리로 힘을 더했다.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 관객들과도 먼저 만난 '구살돼지'는 지난 5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해 도쿄와 오사카, 교토, 고베, 나고야 등 주요 도시 11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앞서 니가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출품돼 일본 현지 관객들과 평단을 만났다. 국내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해 등급 차이 역시 눈길을 끌었다.
허범욱 감독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의 작품과 삶을 되짚는 자리도 마련됐다. 지난 9월 12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추모식과 함께 단편 데뷔작 '평범한 식사'와 유작 '구살돼지'가 특별 상영됐다. 현장에는 감독이 생전에 받은 상패와 상장, 직접 남긴 글과 사진을 비롯해 '구살돼지'의 콘티와 캐릭터 작화 등 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도 전시됐다.
허 감독은 생전 '구살돼지'의 창작 의도를 설명하며 "창작은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터널을 두 다리만 믿고 걷는 일과 같다"는 말을 남겼다. 2015년부터 시작해 수년 동안 이어온 작업 끝에 완성된 두 번째 장편은 이제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세계 35개 영화제 초청과 국내 주요 영화제 수상, 1인 30역 모션 캡처라는 독특한 제작 방식까지 더한 고 허범욱 감독의 유작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는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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