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 바라지 않은 폐허 속 핀 ’희망’ 한 줄기 [MHN 작심일주일]
그럼에도 남아있는 '희망'에 관하여

(MHN 민서영 기자) * 이 기사는 영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MHN 민서영 기자) '호불호'의 정점에 서있는 영화가 있다. 같은 시간 영화관에 앉아 똑같은 영화를 봤음에도 저마다의 주관이 엇갈리는 영화 '호프'는 어떤 모습일까. 직접 보기 전까지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영화 '호프'는 5일 기준 누적 관객수 423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진 '호프'는 전세계 200여 개의 국가 및 권역에 선판매된 것을 제외하고도 국내서 약 700만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기준 423만 명의 '호프'는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왕과 사는 남자', '군체'에 이어 3위로 나쁘지 않은 스코어를 자랑 중이지만, 제작비 기준 아직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태라는 뜻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내로라하는 스타배우들의 조합으로 제79회 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일찌감치 2026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영화 '호프'를 단순한 'SF 액션 오락' 영화로 볼 수 없는데는 '나홍진'이라는 감독이 있다. 그는 허구의 스토리에 비유와 은유를 뒤섞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도가 튼 감독이다. 많은 감독이 그렇겠지만 나홍진은 특히나 자신이 설계한 작품 하나하나에 현실 사회의 메시지를 감춰 놓는 감독이다. 10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이 '호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는 호포항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정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괴생명체는 온 마을을 초토화 시켜버릴 정도로 강력하고 압도적이다. 파출소장 범석(황정민)과 사냥꾼 성기(조인성), 파견 순경 성애(정호연)는 정체도, 숫자도 모르는 이들과 맞서 싸우며 고군분투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희망' 따윈 들지 않는다.
처절한 싸움 속에서 범석은 우연히 외계인의 눈물을 마주하며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하지만 온 마을이 불바다로 번져가고 수많은 희생양이 나오는 사태 속에서 그 누가 진지하게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상대는 말도 통하지 않는 외계의 생명체다. 애초에 그들과 대화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인간에게 존재했다면, 이 지구상에서 '소통 불능의 현실'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후반부가 되어 드러나는 사실이지만, 이 전투의 시작은 '인간'이 먼저 시작했다. 동네에서 덜 떨어지는 헛소리나 해대는 줄 알았던 불쾌하고 수상한 모습의 목수 양배(음문석)가 쥐고 있었던 외계인의 사체가 가진 의미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절망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과 외계인, 이들 중 그 누구 하나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승리하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작품을 설명하지 않는다. 전쟁 중에도 한 줄기 들꽃이 핀다는 말이 있듯,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성기는 끝끝내 몸을 일으키고 외계 종족은 심장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호프'는 기존 우리가 '아는 맛'의 SF 영화들처럼 외계인이 침공하고, 물리쳐서 해결하는 단순한 구조를 띄지 않는다. 인간과 비교도 안될 만큼 압도적 힘과 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사실은 아무 이유없이 괴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 의해'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꽤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다만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우리에게도, 외계인들에게도 '희망의 홀씨'만 던져주고 다소 급하게 막을 내려버린 '호프'의 결말은 아쉬움도 자아낸다.
영화 '호프'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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