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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故송영규를 추모하며 (칼럼)

(MHN 홍동희 선임기자) 오늘(4일), 또 한 명의 귀한 배우를 잃었다는 비보를 접했다. 책상 서랍을 뒤져 낡은 취재 수첩을 꺼내 본다. 15년 전, SBS '제중원'의 '고장근' 역으로 막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던, 늦깎이 중고 신인 배우 송영규를 인터뷰하던 날이 떠오른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3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하니 몸이 근질근질하다"며 무대를 향한 뜨거운 그리움을 토로하면서도, "드라마가 끝나면 동료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해 모임이라도 만들어야겠다"며 소년처럼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90년대부터 대한민국 뮤지컬 1세대의 든든한 허리였다. '지킬 앤 하이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굵직한 무대를 누비던 그가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브라운관으로 넘어왔을 때, 그의 연기 내공은 곧바로 빛을 발했다. 특히 '제중원'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제작진마저 감동시켰다. 원래는 주인공을 배신하는 역할이었던 그의 캐릭터가, 그의 호연 덕분에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의리 있는 조력자로 바뀌었던 일화는, 그가 얼마나 믿음직한 배우였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증거다. 이후 그는 '스토브리그'의 비열한 단장부터 천만 영화 '극한직업'의 '최 반장'까지, 어떤 역할을 맡든 화면을 꽉 채우는 '신스틸러'로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 속 강렬했던 그의 모습 뒤에는, 두 딸과 아내를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짊어졌던 한 가장의 묵직한 삶이 있었다. 그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국 유학 중인 큰딸과 예고에 다니는 둘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넓은 아파트를 떠나 반지하 빌라로 이사했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무명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고층 빌딩 유리창을 닦았다는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배우라는 화려한 직업 뒤에 가려진,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갑상선 질환과 우울증을 앓는 아내를 위해 "짐을 덜어주고 싶다"며 집 정리를 의뢰하던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 남편의 깊은 사랑을 보았다.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던 그에게, 최근의 음주운전 논란은 너무나 뼈아픈 실수였을 것이다. 대중의 질타와 모든 활동이 중단되는 현실 앞에서, 두 딸을 위해, 아내를 위해 꿋꿋이 버텨왔던 그가 느꼈을 압박감과 절망의 깊이를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그의 쓸쓸한 퇴장은 우리 모두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무대에서 매체로 새로운 도전에 설레면서도 동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기억한다. 이제 가족을 향한 무거운 책임감도, 자신을 짓누르던 자책감도 모두 내려놓고, 그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무대보다 더 자유로운 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기를. 배우 송영규, 그리고 따뜻했던 '딸바보' 아빠였던 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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